10달러짜리 코인을 전송했더니 수수료가 30달러
이더리움을 처음 쓴 사람들이 가장 먼저 받는 충격이 바로 가스비다. 10달러어치 코인을 보내는 데 수수료가 30달러라는 말이 처음엔 농담처럼 들리지만, 실제로 이더리움 네트워크가 혼잡할 때는 흔히 겪는 일이다.
도대체 가스비란 무엇이고, 왜 이렇게 들쭉날쭉한 걸까.
가스비의 정체: 네트워크 사용료
이더리움은 전 세계 수천 개의 컴퓨터(노드)가 함께 운영하는 분산 컴퓨터다. 네가 트랜잭션을 보내면 이 컴퓨터들이 계산을 실행하고 결과를 검증한다. 이 계산에는 전기와 하드웨어 비용이 든다.
가스비는 이 계산 비용에 대한 보상이다. 채굴자(또는 검증자)에게 지불하는 수수료라고 보면 된다. 가스비를 안 내면 아무도 내 트랜잭션을 처리해주지 않는다.
가스비는 두 가지로 구성된다:
총 가스비 = 가스 한도 × 가스 가격(Gwei)
- 가스 한도(Gas Limit): 이 트랜잭션에 얼마나 많은 계산이 필요한지. 단순 ETH 전송은 21,000 가스, 복잡한 스마트컨트랙트 실행은 수십만 가스가 필요하다.
- 가스 가격(Gwei): 가스 한 단위에 얼마를 낼 의향이 있는지. 1 Gwei = 0.000000001 ETH.
가스비가 오르내리는 이유
이더리움은 한 번에 처리할 수 있는 트랜잭션 수가 제한돼 있다. 블록 하나에 담을 수 있는 계산량(가스)에 상한이 있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이 동시에 트랜잭션을 보내면, 채굴자들은 가스비를 더 많이 내는 트랜잭션을 먼저 처리한다. 가스비는 일종의 경매다.
- DeFi 신규 프로젝트 출시 → 모두가 동시에 참여 → 가스비 폭등
- 새벽 3시, 아무도 트랜잭션 없음 → 가스비 최저
- NFT 민팅 이벤트 → 수백 Gwei까지 치솟는 일 흔함
2021년 NFT 붐 당시, 가스비가 순간적으로 수천 Gwei를 넘은 적도 있었다. 단순 전송 한 번에 200달러가 넘게 드는 상황이 벌어졌다.
EIP-1559: 가스비 구조의 변화
2021년 8월, 런던 하드포크를 통해 가스비 구조가 바뀌었다. 핵심은 기본 수수료(Base Fee)와 팁(Priority Fee)의 분리다.
- 기본 수수료(Base Fee): 프로토콜이 자동으로 설정. 네트워크 혼잡도에 따라 블록마다 자동 조절된다. 이 금액은 소각된다 — 채굴자가 받지 않고 없애버린다.
- 팁(Priority Fee): 채굴자에게 주는 추가 인센티브. 빠른 처리를 원하면 팁을 높게 설정한다.
소각 메커니즘 덕분에 이더리움은 때로 디플레이션 통화가 된다. 네트워크가 충분히 활발하면 새로 발행되는 ETH보다 소각되는 ETH가 더 많아진다.
트랜잭션이 실패해도 가스비를 낸다
많은 사람들이 모르는 충격적인 사실이 있다. 트랜잭션이 실패해도 가스비는 환불되지 않는다.
예를 들어 슬리피지 제한에 걸려 스왑이 실패했거나, 잔액 부족으로 트랜잭션이 revert됐을 때도 채굴자는 그 계산을 했기 때문에 가스비를 가져간다. 결과적으로 돈을 쓰고 아무것도 못 받는 셈이다.
가스비를 줄이는 실용적인 방법
1. 시간대 선택
이더리움 가스비는 시간대별로 크게 다르다. 한국 시간 기준으로 새벽 3~7시, 주말 오전이 상대적으로 저렴하다. 급하지 않은 트랜잭션이라면 기다리는 것이 최선이다.
2. 가스 트래커 활용
Etherscan Gas Tracker나 Gas.now에서 현재 가스 가격을 확인할 수 있다. "Low/Medium/High" 중 낮은 옵션을 선택하면 처리 속도가 느려지지만 비용이 줄어든다.
3. Layer 2 네트워크 사용
Arbitrum, Optimism, Base 같은 Layer 2 네트워크를 쓰면 가스비가 이더리움 메인넷의 수십 분의 1 수준이다. 동일한 트랜잭션을 메인넷에서는 5달러, Arbitrum에서는 0.05달러에 보낼 수 있다.
4. 스마트컨트랙트 배치 실행
여러 트랜잭션을 하나로 묶어 실행할 수 있는 DeFi 프로토콜을 이용하면 가스비를 절약할 수 있다. 토큰 승인(Approve)과 스왑을 별도로 하지 않고 한 번에 처리하는 방식이다.
이더리움 2.0(지분증명)으로 가스비가 낮아졌나
2022년 이더리움은 작업증명(PoW)에서 지분증명(PoS)으로 전환했다. 많은 사람들이 이걸로 가스비가 낮아질 거라 기대했지만, 직접적인 가스비 인하 효과는 없었다.
지분증명 전환은 에너지 소비를 99.9% 줄이고 보안을 강화했지만, 처리량(TPS)을 늘리진 않았다. 가스비는 여전히 수요와 공급의 균형에 따라 결정된다.
처리량 문제는 Layer 2와 샤딩(Sharding)으로 해결해나가고 있다.
왜 이더리움은 가스비를 없애지 않을까
가스비는 스팸 방지의 역할도 한다. 가스비가 없다면 누군가 무한히 트랜잭션을 보내 네트워크를 마비시킬 수 있다. 수수료가 존재하기 때문에 경제적으로 의미 있는 트랜잭션만 네트워크에 들어오게 된다.
이더리움 가스비 구조를 직접 체험해보고 싶다면, 가스 인터랙티브 모듈에서 트랜잭션마다 가스 비용이 어떻게 계산되는지 시뮬레이션해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