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페이스북)가 만들려던 블록체인의 DNA
2019년, 메타는 Diem(디엠, 구 Libra) 이라는 글로벌 결제 블록체인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전 세계 수십억 명에게 암호화폐를 보급하겠다는 야심찬 계획이었다.
각국 정부와 규제 기관의 반발로 Diem은 2022년 결국 폐기됐다. 하지만 이 프로젝트를 위해 만들어진 프로그래밍 언어 Move와 핵심 개발팀은 살아남았다.
Diem의 핵심 엔지니어들이 나와서 만든 것이 수이(Sui) 와 앱토스(Aptos) 다.
Move 언어: 자산을 코드로 다루는 새로운 방식
기존 이더리움 스마트컨트랙트는 Solidity로 작성된다. Solidity에서 토큰은 사실 "잔액 테이블의 숫자"다.
// 이더리움 방식: 잔액 테이블
mapping(address => uint256) balances;
balances[Alice] = 100;
balances[Bob] = 50;
Alice의 100 토큰은 Alice 주소에 연결된 숫자다. 이 숫자를 잘못 조작하면 토큰이 복사되거나 사라질 수 있다. 스마트컨트랙트 해킹의 많은 사례가 이 구조적 취약점에서 비롯된다.
Move는 자산을 리소스(Resource)로 다룬다.
// Move 방식: 자산 자체가 오브젝트
struct Coin has key {
value: u64,
}
Move에서 토큰은 실제로 존재하는 객체다. 복사할 수 없고, 두 곳에 동시에 있을 수 없으며, 명시적으로 이동시켜야 한다. 물리적 현금처럼 동작한다.
이 설계 덕분에 이중 지불, 토큰 복제 같은 버그가 언어 수준에서 원천 차단된다.
수이의 객체 모델: 계좌가 아닌 오브젝트
이더리움은 계좌 기반(Account Model) 이다. 모든 자산은 계좌에 연결된 상태로 관리된다.
수이는 오브젝트 모델(Object Model) 을 쓴다. 블록체인의 상태가 수많은 독립적인 오브젝트의 집합이다.
예를 들어 이더리움에서 NFT는 "컨트랙트가 관리하는 테이블에서 토큰 ID 42번의 소유자가 Alice"라는 기록이다. 수이에서 NFT는 Alice가 직접 소유하는 독립적인 오브젝트다.
이 차이가 성능에 큰 영향을 미친다. 서로 다른 오브젝트를 건드리는 트랜잭션들은 완전히 병렬로 처리할 수 있다. Alice의 NFT 전송과 Bob의 NFT 전송은 아무 관계가 없으니 동시에 실행된다.
수이가 빠른 이유: 합의 없는 트랜잭션
이더리움은 모든 트랜잭션이 전체 네트워크 합의를 통과해야 한다. 심지어 단순한 토큰 전송도.
수이는 오브젝트 소유 구조를 활용해 단순 트랜잭션은 합의 없이 처리한다.
- 소유된 오브젝트(Owned Objects): Alice가 자신의 자산을 전송하는 트랜잭션. 다른 누구와도 충돌할 수 없다. 전체 합의 필요 없음. 매우 빠름.
- 공유 오브젝트(Shared Objects): DeFi 풀처럼 여러 사람이 동시에 접근하는 오브젝트. 충돌 가능성이 있으므로 합의 필요.
대부분의 일상 트랜잭션(지갑 간 이동, NFT 전송)은 합의 없이 처리돼 이론적으로 초당 수십만 건이 가능하다.
SUI 토큰의 역할
SUI는 네트워크의 기본 통화다.
- 수수료: 모든 트랜잭션 수수료를 SUI로 지불
- 스테이킹: 검증자에게 위임해 스테이킹 수익을 받을 수 있다
- 가스 토큰: 수이에선 수수료를 SUI가 아닌 다른 토큰으로도 낼 수 있는 기능(스폰서드 트랜잭션)이 있어 사용자 경험을 개선한다
수이의 주요 생태계
게임/NFT 수이의 빠른 속도와 객체 모델은 게임 아이템 관리에 이상적이다. 게임 내 아이템 하나하나가 진짜 블록체인 오브젝트로 존재한다.
DeFi
- Cetus: 수이의 주력 DEX
- Scallop: 대출 프로토콜
- Navi: 머니마켓 프로토콜
zkLogin 수이의 독특한 기능 중 하나. 구글·애플 계정으로 로그인하면 지갑이 자동 생성된다. 시드 구문 없이 블록체인을 쓸 수 있어 일반 사용자 진입 장벽을 크게 낮춘다.
이더리움과 비교했을 때 수이의 단점
생태계 미성숙: 이더리움은 10년의 역사와 수천 개의 검증된 프로토콜이 있다. 수이는 2023년 메인넷을 시작한 신생 체인이다.
Move의 러닝 커브: Solidity 개발자가 훨씬 많다. Move를 배우는 개발자가 상대적으로 적다.
탈중앙화 검증 부족: 아직 검증자 수가 이더리움에 비해 적다. 장기적인 탈중앙화 수준이 불확실하다.
수이를 어떻게 볼 것인가
수이는 "더 잘 설계된 블록체인"을 목표로 한다. 이더리움이 2015년의 기술 제약 속에서 만들어진 것과 달리, 수이는 10년간의 블록체인 경험을 반영해 처음부터 다시 설계됐다.
그 가능성은 분명하다. 하지만 기술적 우위가 생태계 지배로 이어지는 데는 시간이 필요하다. 이더리움 위의 프로젝트들이 Move로 이전할 이유가 없는 한, 수이는 신규 프로젝트들의 선택지가 되는 경로를 밟아야 한다.
투자 관점에서는 "차세대 블록체인 플랫폼" 베팅이다. 높은 리스크와 높은 잠재 수익이 공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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